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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바다의 기별 -김훈

세감터 2008. 12. 17. 09:45

1.
바다의 기별을 처을 읽기 시작했을때는 약간 망설여졌다.
가난한 세대의 가슴아픈 얘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겪고, 전쟁후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은 세대의 뼈아픈 고통의 얘기들은 존중하고 그 아픔을 이해해야하는것이 마땅할테지만, 나는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런 얘기들을 일부러 피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도통 이해할수가 없어서이다.
한풀이? 다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교훈? 알아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것도 없다. 내가 도움을 받을수 있는것도 없다. 단지 가슴만 아플뿐이다. 아무 쓰잘데기 없는 동정만이 있을 뿐이다.

책 읽는 내내 그런 암울함과 나이먹은 자의 치기가 자주 보인다.

나도 나이를 먹게되면 그렇게 될 것인가?
내가 나이를 먹으면 '우리때는 컴퓨터 자판으로 글을 썼었지, 다른것은 상상도 못하겠다" 라고 말하는 남자가 되려나? 모르겠다.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은것을 보면 다행이다 싶다.
혹시라도 무의식중에 내 주변의 사람에게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돌아보아야겠다.

2.
이 책 '바다의 기별'을 처음 봤을때, 소설가가 되고픈 꿈을 조금씩 실천해가고 있는 입장에서, 이미 유명한 소설가가 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한 사람일까? 라는것이 궁금했었다.
그래서 '위드블로그'에 리뷰 신청을 했고 고맙게도 당첨이 되어서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그렇게 처음 만난 김훈이라는 작가는 매력이 있다.
글을 참 재미있게 쓴다.
다만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도 재미있게 쓴다.
그래서 처음 읽었을때는 그의 생각에 동화될 뻔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극히 개인적인, 혹은 일부의 생각들이다.
글의 서두에 '묵은 글들을 모아놓고, 다시 출발선상으로 간다'고 했다.
지금까지 쌓였던 '숙변'을 배설해놓고, 자신은 다시 새출발하려나보다.
나는 지금까지 그의 '숙변'을 읽고 있었던 것?^^

수필이다.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장르이다.
그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수는 없지만, 많은 경험을 들려준 것에 감사한다.
그의 삶속에서 느낀 생각들을 바로 옆에서 얘기하듯이 들려줘서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다만 정말 숙변이구나 싶은 글들은 피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3.
그나마, 곳곳에 어쩔수없이 비춰지는 김훈의 순수한 시선과 마음여린 삶을 살짝 엿본것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세상을 모나게 살아온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한다.
모나서 힘들게 살아오신것도 그대로 보인다.
그렇게 모난 아버지를 보며, 세상을 둥글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 모난 아버지에게서 모나게 살아봐야 좋을것 없다는 것을 배우신 모양이다.

난 아들이 있다.
딸 둘도 있지만, 아들이 더욱 신경이 쓰이는 내 마음은 나도 어쩔수가 없다.

세상을 둥글게 살고 싶다.
이해할수 없는 것들,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온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것들에 타협하며 둥글게 살아가고 싶다.
이제는 모난 체 하고 싶지 않다.
모난 체 해서 얻은것은 상처뿐이다.
내 마음조차 편치 않다.

그런데
둥글게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아들은 무엇을 배우고 클까?
그 녀석도 둥글게 살아가려나?
아버지안 내가 모나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봐야지만,
그래봐야 얻을것 없구나 싶어서  자신은 둥글게 살아가게 될까?

계속 모나게 살아가야 하는것인가 하는 고민도 함께 안겨주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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