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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 김애란(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세감터 2009. 1. 5. 10:34
칼자국

조곤조곤하고 향기나는 말투로 자신의 아픔을 별스럽지 않게 써내려가고있다.
책을 읽는 동안 오히려 그런 모습에서 목구멍으로 뭔가 울컥하고 올라오는것을 애써 억누르곤 했다.

행복할 수 있는 구석이라고는 어디를 둘러봐도찾을수가 없다.
그런데도 정작 주인공은 슬퍼보이지 않는다.
모든것을 포기한 자조적인 목소리도 아니다.
애써 아픔을 감추려는 가식적인 목소리도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이 살아온 일상을 조곤조곤 속삭이듯 말한다.
향기나게 말한다.
그것이 아버지의 외도라 할지라도, 그것이 어머니의 투전이라 할지라도, 그저 주인공에게는 담담한 일상일 뿐이다.
그리고 맞은 어머니의 부음앞에서 마음이 아프지는 않지만, 심장이, 콩팥이, 창자가 아픈것을 느끼며 사과를 깎아먹는다.
엄마의 모든것을 투영한 칼로 사과껍질을 한번도 끊지않고 끝까지 깎아먹는다.

솔직히 남자로서 이 책을 읽는동안,
편하고 무책임하게만 살아온 모습으로 대충 묘사하는둥 마는둥하게 나온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워보인다.
고생스럽게 한국을 살아온 엄마의 모습을 바라본 딸의 시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빠이기도 하고 남편이기도 한 나로서는 그렇게 살아갈 자신도 없거니와, 그렇게 무책임한 삶을 사는 사람의 심리가 궁금해지기까지 했었기 때문이다.
단편이라 모든 얘기들을 담아내기 쉽지 않았겠거니 하지만,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숫컷의 삶은 철저히 배제된듯한 느낌이라 조금, 아주 조금 아쉬운 마음이다.^^

페미니즘적이라고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서민 여성으로서의 웬만한 삶의 모습을 짧은 책 한권에 다 담은것이 아닐까 싶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을 딸의 시각으로, 또 다른 다 자란 한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책으로 기억하고 싶다.

....

[2008년 제9회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품집 중에서 수상작 [칼자국]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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