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맛난 점심과 IT

오늘 참으면 내일은 두개 사줄께...[6살바기 아들에게] 본문

세상 읽기

오늘 참으면 내일은 두개 사줄께...[6살바기 아들에게]

세감터 2008. 11. 9. 20:16
어제 간만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갔습니다.
애들을 셋이나 데리고 어딘가를 간다는 건,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는 고통이 있습니다.

애들이 각자 개성이 넘친 말짓들을 하고 돌아다니면,
정말 내자식이고 뭐고 가슴속의 치밀어 오르는 울화통을 꾸역꾸역 참아야만 하는 고통은 그나마 두번째 입니다.
그보다 더한것은 주위 사람들의 신기하다못해 야만인 쳐다보는듯한 시선들을 감내해야만 하는게 더 속상하죠.

어떤 아주머니는 대놓고 이렇게 얘기합니다.
'어이쿠 애가 셋이나 되네, 대단하다 대단해~~'
글로쓰니 그 느낌이 반감되는듯 하지만, 참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쥐구멍이라도 찾게하고픈 창피한 생각까지 들게 하는 뉘앙스의 일갈이죠.

여기가 중국도 아니고 애 많이 낳는거 장려하는 나라인데 칭찬은 받지 못할 망정,
왜 이렇게 죄인 취급을 받아야 되는건지 참~~
그렇게 갖은 수난을 참아내면서도 꿋꿋이 외출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이제는 내공이 생겨서 그런 말 들으면 '그러게요~'하면서 넉살 좋게 넘길수 있는 여유마저 생겨버렸습니다.

하여튼 각설하고,
어제도 식구들 데리고 쇼핑하고, 드라이브하며 잘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녀석이 며칠전에 약속한 스티커(파워레인저 캐릭터모양의 스티커)를 사달라고 조르더군요.
이놈은 마구 조르는게 아니라,
기억에서 잊혀질만 하면
'저번에 스티커 사준다고 했었지요~~'
하면서 슬쩍 상기시켜주는, 그래서 더 미안하게 만드는 고단수 전법을 씁니다.
그래서
'아 그래 오늘은 꼭 사줄께'
라고 하면
'야~신난다~~'
하면서 어린애(??)처럼 좋아합니다.
평소에는 애늙은이 같던 놈이~

그래서 마음먹고 근방의 문구점으로 가서 사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딸내미는 좋아할만한 스티커가 있어서 낼름 집어들고는 좋아라 하고 있는데,
아들녀석이 좋아할만한 캐릭터 스티커가 다 떨어진 겁니다.
그런데 이녀석이 그게 없으니까 다른 것을(더 비싼거 ㅡ.ㅡ;) 사달라고 조릅니다.
그래서 일언지하에 딱 잘라 말했지요(여기서 밀리면 절대 안됩니다.)
'다른건 절대 안돼!'
'다만, 오늘은 스티커가 다 떨어졌으니까, 내일까지 참고 있으면 스티커 두개 사줄께.'
네 그렇습니다.
정지영이 번역했다고 뻥쳐서 일간 화재가 되었던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오는 '마시멜로 실험'이 생각나서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입니다.
......
아들녀석의 벙찐 표정을 보셨어야 하는데,
하여튼 그말만을 남기며,
6살바기 녀석의 황당한 제스쳐를 뒤로하고
저는 계산을 하고 딸을 데리고 그곳을 나와버렸죠.
지가 어쩌겠습니까.
약간 우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풀이죽어서 따라 나오더군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찍도 깨더군요.) 잠에서 깬 이후부터 스티커 얘기를 입에 달고 다닙니다.
견디다 못해 데리고 나가 그놈의 스티커란걸 사줬습니다.
두~~개.

그러면서 손잡고 걸어오다가
잠시 앉아서 아들의 두 손을 잡고 눈을 보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지금 갖고 싶은것을 잠시만 참으면, 앞으로 더 큰것을 얻게 될거다. 이 말을 꼭 명심하거라.]
[네, 아빠~]
...






그러는 저는 이글도 참지 못하고 바로 포스팅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읽는 타이밍이 있을텐데,
그리고 뭔가 좀 더 수정을 할만한게 있을지도 모를텐데,
사실 그런것을 크게 개념치 않는 개털 블로거입니다.
블로그에 가볍게 쓰는 글정도로
나자신의 역사책을 쓴다는 기분으로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발행 버튼을 눌러버립니다.
(참을까...?)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