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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모] 고통스러웠지만 값진 시간

세감터 2008. 10. 12. 22:09
요즘 아는 분 회사를 위해
마케팅의 도구로서
비즈니스 블로그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사 다닐때는 프로젝트나 기획등을 위해서
직원들 혹은 고객사 담당자들 앞에서
종종 발표를 할 일이 있었기에
어느정도 큰 걱정은 안하고 있었더랬는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어요.
물론 40분정의 짧은 킥오프 미팅겸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대한 브리핑 성격이었는데
내내 버벅대고 허둥대고,
목은 초반부터 쉬어버리고,
결국 하려던 말도 다 못한 상태로
미팅을 끝내고 말았습니다.

참석하신 분들은 뭔가 의아해하는 분위기 정도였지만,
제게는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프리젠터로서의
꾸준한 연습의 결여가 가져온
참담한 결과였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즈음
문자메시지가 날라오더군요.

구글 캘린더 SMS


회원 등록은 했기 때문에 꾸준히 메일이 오던,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몇년을 보냈던
SERI의 파사모(파워포인트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진행하는
주말 정기 모임 안내였습니다.

e메일로 온 안내장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구글 캘린더에 등록해 두었더니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구글 SMS서비스로 자동으로 발송된 메시지였습니다.

세가지 강좌가 진행되었는데
그 중 두번째 강의가 막연히 눈에 들어오더군요.
파사모 정모 강좌 리스트


다른분 강좌도 있었지만,
제게 시급한것은 유머도,
장표 만드는 일도 아니었기에
유독 눈에 들어온 이상훈 교수님 강좌에
정말 막연히 끌렸더랬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채비를 꾸려서
집사람의 눈총을 뒤로한채
홀연히 길을 떠났습니다.
대의를 위한 소의의 희생이랄까요...~ㅎㅎ

그리고...
또다시 결과는 비참했습니다.

강좌 진행은
교수님이 간단히 몇가지 설명을 하고,
참석한 1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발표한것을 캠으로 찍어서
리뷰를 하면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허걱)
다시 설명하고, 발표(역시 캠으로 찍음 ㅋ)...

첫 발표하고,
제 리뷰를 보는 동안
저는 차마 못볼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여지껏 제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했던
많은 사우 여러분과 고객사 담당자 여러분께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이런 고통의 시간을 인내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에대한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차마 눈뜨고는 못봐줄,
보면 볼수록 얼굴이 화끈 거리는,
저게 진정 내 모습일까
눈을 씻고 다시봐도 믿을수 없는
충격적인 영상이었습니다.

마치 골룸을 연상시키는 듯한 자세와,
버벅거리는 말투, 작은 목소리,
뭔가에 억눌려 있는 듯한
한마디로 입으로 형언하기조차 민망한, 참으로 괴로운 영상이었죠.


그나마 두번째 세번째 진행하면서 많이 좋아졌다는 교수님 말씀을 위로삼아 세시간의 강좌를 잘 듣고, 저녁식사까지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생각하고 고민했죠.
참 괴롭다.
이 사태를 어찌하리...
이게 과연 내모습일까...
오늘 컨디션이 안좋았던 것 뿐이었으리라...
...
참 고통을 제대로 받았다.


소주한병 사들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예전에 가락사장에서 사와서,
살짝 삶은채로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자숙문어를 얇게 썰어 안주삼아
맛있게 소주를 홀짝거리다가

심심해서 예전에 받아두었던(TV가 없기 때문에 웬만한건 다운받아서 봅니다.)
베토벤 바이러스 9편 10편을 연달아 보다가,

허걱,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강마에'의 한마디에 정말 큰 위로를 받고 말았더랬어요.
저 어제 강마에 팬 되버렸습니다.
흑흑 남자한테 반하면 안되는데
정말 가뭄에 단비같고,
쩌억쩌억 타들어가는 제 가슴에 서광을 비추는 단 한마디였습니다.



신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시련을 줍니다.
고로 우리는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제게 적잖은 고통(??)을 주신 이상훈 교수님 강좌.
힘들긴 했지만, 정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쪼금 아프긴 했지만, 여러모로 유익한 강좌를
참 부자 정신으로 베풀어주신 이상훈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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